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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와 앵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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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스죠스죠스 2024. 6. 1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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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랐던 익산시 함라면의 다은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현창이 한테서 일손이 없다고 도와달라는 전화가 와서 날짜를 잡은 게 오늘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6시 30분에 축사에 도착해 키우고 있는 소들을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모내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데 친구는 이제야 모내기를 시작한 연유를 들어보니 소 사료용 라이그라스를 수확하고 이모작으로 벼를 심게되어 항상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때문에 모판에 싹이 빨리 웃자라서 모판의 벼가 길어진 탓에 모내기를 하고 나서 꺾일 수 있다고 걱정이다

모판에서 자란 벼 입니다




오늘 내가 할 일은 모내기를 하는 이양기에 모판을 실어주고 요소비료를 중간중간 3포대씩 부어주기도 하고 또 제초제를 채워주는 일이다

이앙기에 모판을 장착하고 출발



논에 미리 가져다 놓은 모판들을 갈고리로 끌어내서 이양기에 실을 준비를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모처럼만에 친구를 만난 현창이는 신이나서 중간에 만날 때마다 조잘거리고 "농사는 도닦는 일인 것 같다"고 한마디를 툭 던진다

뜨거운 땡볕 아래 벌판에서 그늘 하나 없이 온몸으로 버텨내는게 무척이나 힘들고 그냥 견뎌야만 하는 지루한 날들을 수도 없이 이겨내야 곡식이라는 결실을 보는 일이라서 그렇겠다 싶다

더디지만 꾸준히 심다보면 넓은 들판이 벼로 채워진다



친구와 둘이서 3,600평을 모내기하고 나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경로당에 모여서 마을주민들과 공동급식을 하며 힘든 시간을 위로한다

식사만 하고서 휴식시간도 없이 태양이 이글거리는 들판에 바로 나가 작업을 진행한다




하천 옆으로는 제수씨가 시골로 들어오던 해에 처가에서 묘목을 가져다 심어놓은 앵두나무가 앵두를 가득안고 서있는데 얼마나 된 거냐고 물으니 19년이나 되었단다

앵두가 주렁주렁



멀리 신작로에는 중학교 다닐때 자전거를 손 놓고 타다가 하천으로 쳐박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살짝 웃어본다

저 뚝방길 너머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2시 30분경 우현 형으로부터 위로 전화가 와 동생이 개고생을 하는데 가만 있을 거냐는 항의에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온다고 하여 오는 길을 알려주고 기다리는데 맨손으로 도착해 그 이유를 들어보니 오다보면 카페 하나는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 그냥 왔단다

모내기를 계속하는 사이 다시 면소재지로 나가 아이스라떼를 사와 시원하게 한모금씩을 마시니 살 것 같다고 이구동성이다

한낮의 해도 때가 되면 기우는 것 처럼 오후 5시 무렵이 되니 태양빛이 누그러지고 바람이 불어 열기를 식혀준다

빈 들에 모들이 들어찼다


6천평 모내기를 끝낼 무렵에 논 가장자리 지반이 무른 곳 수렁자리에 골이 생겨나 장화를 신은 제수씨가 들어가 써래질로 흙을 평탄화시켜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전주로 향한다

장화를 신은 제수씨를 기어이 논에 들어가게 하는구나


전주까지 픽업해준 우현 형과 함께 치맥을 간단하게 곁들이고 집으로 향하는데 온 몸이 쑤시고 몸살이 날 것 같아 집에 돌아와 근 이완제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지리산둘레길 트레킹이 잡혀 있는데 일어나봐야 갈 수 있을지를 알 것 같다고 멤버들에게 통보하고 4시에 눈을 떠보니 도저히 걸을 수 가 없어 트레킹을 포기한다


#모내기 #앵두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