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설렌다
골프를 시작한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라운딩을 나서기 전날 밤은 아직도 설렌다
겨우내내 라이딩만을 하다가 갑자기 공을 치려니 생경하기도 하고 뭔가 낯설지만 기분은 좋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정사장과 백사장은 이미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고 우리 부부는 가볍게 인사하고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소맥 한잔 제의가 들어온다
봄날 오후는 역시 바람이 불어 스산하고 잔디는 아직도 누런 상태에다 땅에 바짝 붙어 있어 부상당하기 일쑤다
그래도 곳곳에 매화가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어 봄을 실감케 한다
관리가 잘된 코스를 널찍하게 조망해 보노라니 가슴이 탁 트인다
스코어는 엉망이지만 Front nine을 돌고나서 순대와 두부에 막걸리 한잔~
후반전에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바람막이를 입지 않을 수 없게 세차게 바람이 불어대 골프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대신에 잘 가꾸어진 소나무를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나름대로 오늘 선방을 하신 마나님에게 감사를 느끼고 이런 악천후에도 같이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더욱 고맙다 햇살을 등지고 저멀리 한켠에서 샷할 차례를 기다리는 마나님 고마울 따름이다
뒷풀이를 하기 위해 서신동에 위치한 전통옻닭에 갔는데 추위를 녹여낼 옻닭 육수를 마시니 몸이 따뜻해지고 어디서도 먹기 힘든 옻술을 한잔씩 나누는데 목넘김이 매우 부드럽고 좋은 술이라는 생각이 들게 착 달라붙는다
바람에 그렇게 장시간 떨면서도 그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을 하는 그 인내심은 어디서 나오는지 알수가 없다
#스파힐스cc#전통옻닭#옻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