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향수 100리길과 잔치국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배기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감각적 언어로 이미지화한 시 [향수]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이며, 그의 고향은 충북 옥천이다

이 한 편의 시 덕택에 시인의 고향은 이제 만인의 고향이 되었고, 금강의 유장한 물길이 굽이쳐 흐르는 옥천 땅에는 [향수]의 서정성과 운치를 고스란히 담은 향수 자전거길이 개설돼 전체 8개 코스 가운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게 향수 100리 자전거길이다

정지용 생가를 출발해 장계관광지를 지나 안남면사무소를 거쳐 경율당과 금강휴게소를 통과하여 옥천선사공원 등을 두루 거쳐 시인의 생가로 돌아오는 길이다

전주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걸려 시인의 생가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내리는데 핸드폰을 트렁크 끝에 두었다가 트렁크 문이 접히면서 요상하게 뒷범퍼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핸드폰속 내비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가 없어 어쩔수 없이 다시 자전거를 싣고 주변 카센터를 찾아가 다시 꺼내서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벌써 11시 30분이다
시작도 전에 진이 빠져버리고 뒤늦게야 출발한다

정지용 문학관 앞쪽으로 길가에 금계국이 활짝피어 있고 교동저수지를 지나 맵핑한 내비를 따라 가다보니 자동차전용도로로 길안내를 잘못하고 있어 궤도를 수정해  향수100리길 이정표를 따라가니 알 수 없는 데크길이 나타난다

또 조금 더 진행하는데 산길이 나오고 또 길이 갈라지는데 직감적으로 호수변 쪽 산길을 따라가면 장계관광지가 나올 것 같아 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맞단다

호수 변을 지나노라니 길 아래 물가에서는 강태공들이 곳곳에 텐트를 치고 터를 잡고 앉아 물고기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

장계관광지에는 숙박시설과 더불어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향토전시관 뒷편에는 금계국 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사진에 담아본다

안남면사무소 쪽으로 힘겹게 페달링을 하다가 커피 한잔으로 피로를 달래볼까 하고 찾아 둘러보는데  배바우장터가 매주 토요일마다 상설된다는 걸 보고 들어가 앉는다

파전에 막걸리를 주문하는데 모두 떨어졌단다
하는 수 없이 잔치국수를 시키는데 이 것도 떨어져서 국수를 다시 삶아야 한단다

막걸리를 마셔볼 요량이었는데 전이 없으니 국수라도 먹어야지 어쩔 수 없는 법 기다리는게 상책이다
드디어 나온 잔치국수는 하얀 국수 면발 위에 붉은색 당근채와 얇게 썬 애호박과 김가루가 환상적인 궁합이고 따뜻한 국물이 잘 어우러져 탁배기 한사발이 술술 넘어간다

조선시대에 후학 양성을 위해 지었다는 서당인 경율당을 들러 보고 푯말을 따라 가다보니 빠알간 넝쿨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피로감을 잊게 한다

눈을 들어 먼발치를 돌아보니 울창한 산자락 사이로 금강 물줄기가 켜켜이 흐르고 있고 자연경관이 너무 좋아 보여 완벽한 자연미에 차라리 묵직함마저 느껴진다

금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자전거도로를 따라 무심하게 같이 호흡하는게 너무 황홀한 생각이 들어 사진에 담아보지만 마음의 감동이 사진에는 나타나지 못해 안타깝다

청마교에 이르러 멀리 강줄기를 바라보니 가슴이 벅차 오르고 시원한 느낌이 전율한다

한참을 달려 쉴 곳을 찾아보지만 마땅치 않아 서서 휴식을 취하는데 강변에 낙시꾼의 투척질이 사뭇 진지하다

압촌이라는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앞산을 그림자 삼아 모를 심어 놓은 논자락을 사진에 담으니 제법 운치가 있고 그 곳에서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다

피로감이 점차 쌓여 힘들어질 무렵에 선사공원에 들러 고인돌을 둘러보고 향수 100리길  종점에 돌아오니 4시 반쯤이 되었다

아름다운 향수 100리길 라이딩을 마치고 가수 이동원의 향수를 들으며 전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정지용생가 출발 ㅡ 장계관광지 ㅡ 조헌신도비 ㅡ 안남면사무소 ㅡ 경율당 ㅡ 청마교 ㅡ 금강휴게소 ㅡ 안터선사공원 ㅡ 원점회귀 약 52km (20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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